분석심리학의 창시자 융이 제안한 정신의 구조와 정신 에너지의 원리에 관해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융은 전체적 성격을 정신으로 보았다. 그리고 이 정신의 구조를 크게 의식과 무의식으로 구분하였다.
의식
우리가 직접 인식하는 정신의 부분이 의식이다. 의식은 자아에 의해 통제된다. 자아는 정신 전체에서는 작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의식에 이르는 중요한 문지기 역할을 한다. 인간은 자아를 통해 외부 현실을 인식하고 자신을 외부에 표현하기에, 의식과 관련하여 태도와 기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아가 외부 대상을 지향하는 방향이 능동적인지 수동적인지에 따라 성격 태도가 결정된다. 능동적인 태도는 외향성이라 불리며, 이는 의식을 외적 세계와 타인에게 향하게 하는 성격 태도이다. 반면, 의식을 자신의 내적 주관적 세계로 향하게 하는 성격 태도는 내향성이라 한다. 융은 모든 사람이 이 두 가지 성격 태도를 모두 가지고 있으며, 어느 태도가 지배적인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았다. 두 번째로, 의식의 기능은 주관적 세계와 외부 세계를 인지하고 이해하는 다른 방식을 의미한다. 융이 제시한 정신적 기능의 요소는 사고, 감정, 감각, 직관이다. 이러한 요소는 그가 제안한 정신의 대립 원리에 따라 합리적 차원(사고-감정)과 비합리적 차원(감각-직관)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기능 중 어떤 기능을 주로 사용하는가에 따라 기본적인 성격이 달라진다. 융은 심리적 태도와 기능을 조합하여 여덟 가지 심리적 유형을 정의하였다. 이는 외향적 사고형, 외향적 감정형, 외향적 감각형, 외향적 직관형, 내향적 사고형, 내향적 감정형, 내향적 감각형, 내향적 직관형으로 구분된다.
개인 무의식
개인 무의식은 의식에 가까운 영역으로, 쉽게 의식화될 수 있는 감각 경험이나 망각된 경험으로 이루어져 있다. 개인 무의식의 내용은 개인의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개인 무의식은 프로이트의 전의식과 유사하지만, 무의식까지 포함한 더 넓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 무의식은 의식되었지만 중요하지 않거나 고통스러워서 잊히거나 억제된 자료의 저장소다. 즉, 너무 미약해서 의식에 도달하거나 머물 수 없는 경험이 개인 무의식에 저장된다.
집단 무의식
집단 무의식은 분석심리학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으로 융이 제안한 독창적인 개념이다. 집단 무의식은 인류가 역사와 문화를 통해 공유해 온 모든 정신적 자료의 저장소로 개인적인 경험에 대한 것이 아니다. 융은 인간의 정신적 소인이 유전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집단무의식은 인류 역사를 통해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정신적 소인들이 수많은 원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직접적으로 의식화되지는 않지만, 인류 역사의 산물인 신화, 예술, 민속 등이 지닌 영원한 주제를 통해 간접적으로 관찰될 수 있다.
정신 에너지의 원리
융은 인간의 전체적 성격을 '정신'이라 불렀으며, 리비도(libido)라는 정신 에너지를 통해 지각, 사고, 소망 등의 심리적 활동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융에게 리비도는 '인생 과정 에너지'로, 프로이트의 성적 충동은 이 에너지의 한 측면이다. 여기서는 융이 제안한 정신 에너지의 세 가지 작동 원리인 대립, 등가, 균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대립 원리 (opposition principle)
융은 정신이 대립 원리에 의해 작동한다고 보았다. 대립 원리란 신체 에너지 내에 반대되는 힘이 대립 또는 양극성으로 존재하여 갈등을 일으키고, 이 갈등이 정신 에너지를 생성하는 데 필요하다는 개념이다. 즉, 융의 체계에서 정신 에너지는 성격 내의 힘들 간의 갈등 결과로 여겨졌다. 갈등이 없으면 에너지도 없고, 인생도 없다고 본다. 이와 같은 대립 또는 양극성의 갈등이 모든 행동의 기본 동인이며 모든 에너지를 생성한다. 고로 양극성 간의 갈등이 커질수록 더 많은 에너지가 생성된다.
등가 원리 (equivalence principle)
융은 열역학 법칙인 에너지 보존 원리를 정신적 기능에 적용하여 등가 원리를 제안했다. 이 원리에 따르면, 어떤 조건을 생성하는 데 사용된 에너지는 상실되지 않고 성격의 다른 부분으로 전환되어, 성격 내에서 에너지가 지속적으로 재분배된다. 예를 들어, 어떤 특정 취미활동에 대한 관심을 잃게 되면, 그 활동에 쏟았던 정신 에너지는 다른 활동으로 전환된다. 즉, 음악에 대한 관심을 잃게 되면 그 에너지가 미술로 전환되는 것이다. 또한, 깨어 있는 동안의 의식 활동에 사용되던 에너지는 잠자는 동안 꿈으로 전환된다. 등가란 에너지가 변환된 새로운 영역이 동등한 정신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것을 내포한다. 에너지가 어떤 방식이나 방향으로 이동하든, 등가 원리는 에너지가 지속적으로 성격 내에서 재분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균형 원리 (entropy principle)
균형 원리는 에너지 차이의 평형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뜨거운 대상과 차가운 대상이 접촉하면 양쪽 대상의 온도가 평형 상태로 같아질 때까지 뜨거운 대상에서 차가운 대상으로 열이 이동한다. 융은 이 열역학 원리를 정신 에너지에 적용하여 성격 내에서 균형 혹은 평형에 대한 경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두 욕망이 정신 가치에서 다르면, 에너지는 더 강한 욕망에서 약한 욕망으로 흐르게 된다. 성격은 이상적으로 모든 측면에서 정신 에너지의 동등한 분배를 가져야 하지만, 이상적 상태는 절대 성취되지 않는다. 만약 완전한 균형 또는 평형이 달성된다고 하여도, 대립 원리가 정신 에너지를 생성하기 위해 갈등을 요구하기 때문에 성격은 정신 에너지를 전혀 갖지 못할 것이다.
참고 도서 : 노안영, 강영신(2018). 성격심리학.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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